한국 사회에서 존경의 의미는 날로
퇴색해 가고 있다.
저신뢰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타인을 신뢰할 수도, 존경할 수도 없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저신뢰 문화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주위에 존경할 만한 인물이 적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YTN PLUS가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존경의 문화를 만들고
이로 인해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신뢰가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단역부터 시작하여 60년 넘게 연기를 이어오고 있는 원로 배우 이순재가
다시 낮은 자세로 오디션에 임하고, 이를 본 후배 배우와 감독들이 선배의 연기를 평가하며
존경의 의미를 이야기 한다.
존경의 의미가 사라진 사회에서
각 분야에서 존경받을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인생 후배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존경’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배우 이순재입니다.
평생 배우 노릇을 해왔습니다.
금년이 61년 차가 되는데 오디션을 본다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정식으로 도전할까 합니다.”
YTN PLUS가 기획한 ‘리스펙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민 배우 이순재가 60년 전 자신의 첫 작품 오디션에 도전했다.
배우 이순재는 1956년 대학생 시절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자로서첫 발을 내디딘 이후
61년 동안 300편이 넘는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그는 이 작품을 기억하며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연기라는 걸 해 본 작품이다.
그때 맡은 역할도 젊은 주인공이 아니라 60살 먹은 노 선장
‘딕 스콧트’ 역이었다”고 밝혔다.
딕 스콧트 역은 연극의 1막 2장을 호탕한 웃음으로 열어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60년 전, 제대로 웃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전체 연습이 중단되는
뼈아픈 고통을 경험했던 이순재는 연기에 대한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실 지금도 웃음 연기가 자신이 없습니다.
연기라는 게 그런 거예요.
웃음 하나를 제대로 웃기가 쉽지 않은 게 연기입니다.”
“배우는 다 해야 돼요.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거에요.”
깊어진 연륜으로 담담하게 60년 전 첫 작품의 대사를 읊어내던 이순재는,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배우라면 나에게 오는 모든 역할은 ‘새로운 창조를 요구하는
소재’ 라는 마음가짐으로 천의 얼굴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이며,
주어 진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는 배우의 가장 중요한 자세로,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을
뽑았다. 메이크업을 하면서부터 나를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순간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서 연기
의 완성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 그것이 연기와 배우의
본질이라고 봤다.
간혹 이러한 본질을 잊고, 인기에 취해 관객 위에 서려는 오만에
빠진 배우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순재는 이런 이들에게 ‘관객의 평가와
호응을 소중하게 여기고, 명성 인기 다 버리고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연기와 인생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늘 반성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내가 하는 작업에 보람이 있는 거예요.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 나가는 보람과 의욕
이런 게 바로 생명력이라고.
‘리스펙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우 김명민은 “이순재라는 이름은 단순히 배우 이순재를 넘어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순재는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의 발전을 이끌어온 한 축이자 수많은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 분이다.” 라고 강조했다.
나영석 PD 또한 “어떤 일을 60년 동안 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일에 대한 재능을 넘어선 것이다.
일에 대한 자세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이 존경스럽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민 · 김병욱 PD · 김영철 · 나영석 PD · 배종옥 · 신세경 · 이서진 · 이준익 감독 · 정보석 · 하지원 · 황정음 등
연기, 연출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이들은 이순재의 원칙과 철학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감동을 받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후배들에게 이순재는 존재 자체만으로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는 선배이자 선생님, 롤모델이었다.
프로들의 스승이자 대중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되기까지.
61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순재가 쌓아온 연기와 삶의 역사는
비단 연기자 뿐 아니라, 인생의 후배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의 역사가 60년 뿐 아니라 70년, 100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이준익 감독은 ‘리스펙트 프로젝트(Respect Project): 이순재 편’의 취지를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1956년 연극을 시작으로 올해 데뷔 61주년을 맞이한 이순재의 행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연예계에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모이는데, 당장의 성공보다 인생 전체에 걸쳐 배우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지켜내신 그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빨리 시나리오를 써서 이순재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어야 겠다며 웃음 지었다.
“이순재 선생님은 팔순이 넘었는데 아직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극도 한다. 대사를 완벽히 외운다”면서 “그저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 몰입해서 관객들과 호흡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6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어려울 거 고요.
이순재 선생님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어요.
어떤 말보다 그 행동 자체가
후배들에게, 대중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거예요.”
이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는 존경의 의미에 대해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분들 중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위대한 위인은 일면 밖에 볼 수 없다.
그 이면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모르고 일면만 쫓는 것은
오류다”면서 “일상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의 이면을 같이 공감한다면
그의 가치를 자기화 할 수 있다”고
본인 주변에서 존중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연출해 온 이준익 감독도
어느덧 24년째 연출의 길을 걷고 있다.
1000만 관객이라는 대단한 결과부터 관객의 외면을 받았던 순간
등 굴곡지지만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였고, 이제는 그 자신이
많은 이들의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존경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하찮은 일이라 할지라도
10년을 하면 인정을 받아요.
20년을 하면 존중을,
30년을 하면 존경을 받습니다.
한 가지 일을 30년 이상 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나영석 PD만큼 어르신과의 호흡이 좋은 예능 PD가 또 있을까.
나 PD는 평균 나이 76세의 배우들을 모아 배낭여행을 훌쩍 떠나더니(2013 ‘꽃보다 할배’),
만 70세 배우에게 식당 운영을, 만 81세 배우에게 식당 알바를 시킨(2017 ‘윤식당’) 용감한(?) 연출자다.
서로를 향한 존경과 존중은 점차 사라지고,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이 시대에 나 PD는
이 사회가 ‘원로’라 부르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꽃보다 할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사회가 주로 젊은 친구들 위주로 돌아가잖아요.
예능, 방송에도 젊은 가수나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 연세 있는 분들,
이 업(業)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들,
우리가 소위 ‘원로 배우’라 부르는 분들의 인생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나 PD는 대신 이들의 이야기가 일방향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닌, 그분들이 함께 여행하고 밥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묻어나길 원했다.
반세기보다도 긴 경력을 지닌 배우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라면,
그 어떤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PD’ 나영석이라도, 힘든 여정을
함께 해야 하는 원로 배우들을 설득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나 PD는 바로 이 지점에 “이분들을 리스펙트해야 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많은 분들이 ‘어르신들이니까 잘 모르겠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분들은 본질을 보고,
이 방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게 다 아세요.
괜히 60년 경력이 아니에요.”
‘꽃보다 할배’나 ‘윤식당’과 같은 프로그램 특성상 정해진 기간
출연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으며
나 PD는 ‘80대에도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몸소 배웠다.
그가 바라본 원로 배우들은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은 물론이고
연기 분석, 연극 무대에도 늘 꾸준히 오르는 등
부단한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그냥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들이 써주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꾸준히 관리하고 공부하셨기 때문에 현역으로
남아 있으신 것’이라며 스스로도 지금 하는 프로그램이
잘 된다고 그것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선생님께 불합격을 한번
드려보고 싶어요.”
이순재에게 유일한 ‘불합격’을 준 나영석 PD는
“선생님께 불합격을 한번 드려보고 싶다. 그러면 선생님은
더 나은 길을 찾아서 또 노력하실 분이기 때문”이라며
“저랑 예능을 하실 때나 연기를 하실 때나 늘 그러셨다.
앞으로도 그러실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한 번 쯤은 장난삼아
불합격을 드려보고 싶다”고 이유를 전했다.
이순재 선생님의 올해 나이 만 81세. 나 PD는
“예전처럼 힘든 콘셉트 말고 '꽃할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여행을 더 늦기 전에 꼭 모시고 가고 싶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나 PD는 이어 “혹시라도 괜히 여행 가셨다가 감기라도
걸리시거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까 봐 무섭다.
그런데 워낙 선생님들의 의지가 강하다. 늘 '여행 가고 싶다'고
말씀하신다”며 "저희도 ‘꽃보다 할배’는 꼭 가고 싶다"고 밝혔다.
‘꽃보다 할배’는 곧 이 시대의 원로들을 향한 나 PD의
‘리스펙트’ 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 하지원은 이순재를 선배나 선생님이 아닌 “멋진 신사”로 떠올렸다.
함께 촬영할 때 자신을 에스코트하고, 배려해주는 모습으로 모두를 감동시켰다.
두 사람은 2012년 방송한 MBC ‘더킹 투하츠’에서 호흡을 맞췄다.
‘리스펙트 프로젝트(Respect Project): 이순재 편’ 촬영을 위해 경남 거제도에서
MBC ‘병원선’ 촬영에 한창인 하지원을 직접 만나러 갔다.
맑고 청명한 거제도의 하늘만큼, 하지원은 해맑은 모습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선생님은 60년을 연기했지만 아직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요.
몸이 힘들고 잠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분이죠.”
이날 하지원에게 기억에 남는 이순재와의 일화를 물어봤다.
그는 “가장 놀라웠던 것은 드라마 촬영 때 밤을 그렇게 새워도 피곤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나도 체력이 좋다고 소문이 난 배우인데, 도대체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는지 궁금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순재에게 빠듯한 드라마 촬영현장은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하지원이 감동한 것은 바로 뒤에서 들은 얘기 때문이었다.
하지원은 “선생님이 우리들 앞에서는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은 척 했지만,
차에서 혼자 쉬면서 코피를 쏟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가슴이 찡하면서도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전에도 팬이었는데, 같이 작업을 하면서 이순재 선생님의 진정한 팬이 됐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평생 선생님처럼 연기하고 싶은 한 사람이다”고 뭉클한 고백을 했다.
하지원은 현재 ‘병원선’ 촬영에 한창이다.
수목극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지만
하루에 1시간씩 자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원은 그렇게 힘들 때마다 이순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작품 준비 때문에 고민이 돼서 선생님에게
‘연기가 왜 이렇게 어렵나요?’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이 나한테
‘인마, 나도 어렵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는 “함께 촬영할 때 정말 놀란 지점들이 많았다.
불만을 말하거나, 불평을 토로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면서 “항상 매너 있고 신사다운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멋지시다. 그것이 내가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이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원이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선배, 이순재처럼
평생을 아름다운 연기자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배우 신세경이 이순재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저 나이가 됐을 때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신세경과 이순재는 2009년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신세경은 첫 TV 프로그램 주연을 맡아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때였다.
“당시에는 선배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저 역시 작품을 계속 해가면서
그 당시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현장을 지혜롭게 잘 이끌어간 선배님들의 대단함과
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됐어요.”
신세경이 새삼 ‘지붕 뚫고 하이킥’ 생각을 떠올리는 건,
그 작품이 촉매제가 되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배웠던 태도는 그에게 좋은 자산이 됐다.
그는 “나는 기뻐할 일이 있으면 기뻐하고,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그저 불평했다”면서 “선생님이 나보다 더 힘들면 힘들지,
덜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아야 하는 순간에는 참고
할 말은 현명하게 했다”고 기억하며 후배로서 본받아야
할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신세경은 촬영장을 “인간의 극한을 경험할 수 있는,
리얼 희로애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한 뒤
“(‘지붕 뚫고 하이킥’은) 긴 시간 촬영했고, 힘든 작품이었다.
사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잡음 없이 끝낼 수 있었던 건
이순재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가 기억하는 이순재는 여러 날 밤을 새우고
몸이 힘들어도 대사 하나 틀리지 않는
대배우의 모습이었다.
후배 입장으로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더욱 정신을 다잡게 하는
그런 긴장감을 안긴 선배였다.
여러 작품에서 주연 역할을 해내야 했던
신세경에게 이순재의 모습은 깊은 잔향을 남겼다.
최근 종영한 tvN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신세경은
꽤나 높은 연차의 선배로 극을 이끌어나갔다.
“사실 사람은 쉽게 우쭐하고,
교만하거나 오만해질 수 있잖아요.
이순재 선생님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건강한 마음과 정신으로
60년 동안 연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요.
이순재 선생님처럼 지혜롭게,
또 균형감 있는 연기자로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훌륭한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배우 김명민은 이순재와의 인연을 “짧지만 강렬했다”고 추억했다. 두 사람은 2008년 방송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호흡을 맞췄다.
“똥덩어리”라는 강렬한 유행어를 남긴 이 작품에서 김명민은 강마에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순재는 극 중 치매 증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김갑용 역으로
열연했다.
“이순재 선생님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의 선구자에요.
선생님의 모습이 제 모습이고,
어떻게든 따라가고 싶었죠.
촬영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가 너무 재밌었죠.
올림픽에 나가는데 최강의 복식조를 만난 것처럼 든든했습니다.”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떠올리며 “극 중 강마에가
치매기가 있는 김갑용을 내쫓는 장면이 있다.
김갑용이 강마에를 보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때 내 표정은
내가 1%도 계산하지 못한 표정이었다”면서
“그야말로 빨려 들어갔다. 멍하니 선생님의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도 많았다"고 추억했다.
김명민은 단 한 번도 이순재의 나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고령의 나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후배 배우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저 연세에 대단하다”는
말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와 견주와 봐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단하다”면서
“본인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잠시도 안주하지 않고
창조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의 나이를 떠올리는 건
무의미합니다.”
김명민은 1997년 SBS 공채 6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 역시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중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연기를 해왔다.
그런 그에게 60주년 동안 연기를 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묻자 “그건 장인이고 예술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단순히 배우 이순재를 넘어서 “이순재는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며 배우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에게 “이순재를 공부하고 그 길을 걸으려는 노력을 하길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김명민과 이순재가 호흡을 맞춘 지도 9년이 지났다. 김명민은 “또 다시 작품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닿지가 않아서 안타깝다”며 언제든지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소망했다.
“늘 감사해요.
선생님을 뵐 때마다
‘내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자신을 다잡고 돼요.
고비가 올 때마다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바로 원동력이 선생님이에요.
영원토록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싶은
팬이기도 하고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배우 이서진은 이순재를 “아버지”라고 표현했다.
실제 이순재의 아들은 이서진과 동갑이다.
2007년 MBC ‘이산’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tvN ‘꽃보다 할배’까지,
이서진과 이순재의 인연은 남다르다.
선후배로서 한 작품에서의 호흡을 넘어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함께 출연하며 남다른
‘케미’를 발산해왔다. 선후배를 넘어 부자(父子)지간이 된 이들의 사연은 깊어 보였다.
뒤늦게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된 이순재를 보면서 이서진은 “선생님이 지금까지 일만 하느라 인생의
즐거움을 많이 못 느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이야 해외에 나가는 것이 거리낌이 없지만 선생님이
젊었을 때만 해도 그런 경험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꽃보다 할배’ 촬영 때에요.
선생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데,
제가 깰까봐 불도 안 켜고 조용하게 움직이더라고요.
제가 선생님 아들이랑 동갑인데,
아버지가 아들을 배려하는 경우는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전적으로 제 의견을 따라주고,
얘기도 잘 들어주셨죠.
방송에서 ‘선생님과는 세계일주도 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는데, 사실이에요.”
이서진이 이순재를 존경하기 시작한 건 ‘이산’ 촬영 때부터다.
이순재와 이서진은 각각 영조와 정조 역을 맡아 밀도 높은 관계를
그려냈다. 때문에 두 사람은 함께 촬영을 할 때가 유달리 많았다.
“대본이 늦게 나올 때가 많았어요. 대본이 나오고 3시간 뒤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때가 대부분이었죠.
사실 젊은 연기자들도 대본을 외우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새벽 촬영을 하면 대본을 못 외우는 배우들이 많은데,
선생님은 다 외웠어요. 그만큼 똑똑하고 책임감도 강한 분입니다.”
이서진은 이순재에 대해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배우로서의 열정은 물론 인간으로서도 말이다.
이서진에 따르면 이순재는 나이가 많아도 주변 사람들을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이순재에게 전할 메시지를 찍겠다고 하니 이서진은 한사코
거부했다. “원래 아버지와 아들은 그런 거 못한다”면서
손사래를 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순재 선생님은
60년 동안 일을 쭉 해왔잖아요.
분명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을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존중할 수밖에 없는 분이죠."
“외람된 말씀이지만
미친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배우 정보석은 이순재의 데뷔 61주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선구자로서 길을 갈고 닦아준 선배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에서 나온 말이었다.
정보석에게 이순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데뷔작부터 시트콤,
연극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1987년 KBS2 ‘사모곡’으로 데뷔한 그는 첫 작품에서 이순재와
함께 방을 쓰며 촬영을 했다.
최근 ‘리스펙트 프로젝트(Respect Project): 이순재 편’ 촬영을
위해 경기도 일산의 한 광고 촬영장에서 정보석을 만났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모습을 드러낸 그는 시종일관 이순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정보석은 연기를 할 때 이순재가 말한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져야한다”, “캐릭터가 앞서야지 내가 앞서면 안 된다” 등 여러 원칙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저는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 속에서 나오는 것이
존경이라고 생각해요.
스승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 바로 이순재 선생님이고요.
자연스럽게 제 안에 젖어있는 분이에요.(웃음)”
정보석은 올해 데뷔 31년을 맞았다. 그에게 데뷔 61주년을 맞은 이순재는 어떠한 의미일까.
“사실 30년 전만 해도 그렇게 환경이 좋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60년 전에는 어떻겠어요.
지금이야 한류고, 많은 사람들이 배우에 대한 직업을 좋게 생각해주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 험난하고 척박한 길을 개척하고 지금까지 걸어왔다는 건,
외람되지만 미치신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정보석은 이순재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로, 선생님의 뒤를 열심히 쫓아가겠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순재 선생님에 대한 글도 제 책에 썼을 정도로 평상시에도 많이 존경하는 선배님이에요.”
배우 배종옥에게 이순재는 특별한 선배다. 선배 그 이상의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한 배종옥도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자로 살아왔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늘 새로운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선
그지만 “힘든 고비들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그에게 이순재는 배종옥에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줬다.
‘나도 저 길로 갈 수 있겠다’라는 꿈을 꾸게 해준 장본인이었다고.
이순재와 배종옥의 인연은 꽤나 깊다. 두 사람은 1995년 방송된
KBS2 ‘목욕탕집 남자들’과 KBS1 ‘원지동 블루스’(1996),
SBS ‘사랑하니까’(1997)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리스펙트 프로젝트(Respect Project): 이순재 편’ 촬영을 위해 만난
배종옥은 이순재를 ‘열정의 아이콘’으로 기억했다.
그는 “‘목욕탕집 남자들’이 벌써 20년 전 작품이다. 당시 이순재
선생님이 60대였다. 그때도 잠시도 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쉴 때는 골프와 운동을 하고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연기에만 몰두
했다”면서 “그때 선생님의 멈추지 않은 열정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 열정 때문에 오늘날의 선생님이 계시지 않나
싶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나보다 앞선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선배지만,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순재 선생님은 그 부분에서 있어서는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배종옥은 최근까지 KBS2 일일극 ‘이름 없는 여자’를 촬영했다.
총 102부작으로 6개월이 넘는 시간을 촬영에만 매진했다.
그는 “순간순간 대사가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연극 무대에 서는
이순재에 대해 “저 연세에 무대에 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무대는 NG가 없지 않나. 올라가면 끝까지 서있어야
하는데, 그 많은 대사를 소화하면서, 멈추지 않은 것이 기적으로
느껴진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영철과 이순재는 TBC로 그 인연이 올라간다.
1964년 TBC 1기 탤런트인 이순재와 1977년 TBC 공채 탤런트로 발탁된 김영철은 1983년 KBS2
‘엄마는 바빠요’, 2002년 SBS ‘야인시대’에 함께 출연했다.
2011년 KBS2 ‘공주의 남자’에서 두 사람은 대립관계인 김종서와 수양대군으로 출연해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순재에 대해 “인생의 스승이자 깃발 들고 앞장 서가는 분”이라며 “연기가 어려운 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언제가 보답이 온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 말씀을 항상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영철은 ‘공주의 남자’ 촬영 때 이순재에게 배운 자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았다.
“스태프가 이순재 선생님을 밤 10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중요한 장면을 찍는다고 새벽 3시까지
기다리게 했어요.
화장실을 가면서 보니까 선생님이 차 안 뒷자리에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더라고요.
‘먼저 찍으시죠’라고 했더니 ‘그러지 마라,
내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많은 동반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김영철은 “이순재 선생님은 성직자 같은 생활을 한다.
좋은 생각, 말씀, 행동을 한다. 술이나 담배를 안 하는데,
연기를 할 때 흠이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이 존경스럽다”고 경외심을 보였다.
이순재는 올해 데뷔 61주년을 맞았다.
김영철 또한 1973년 민예극단에 입단하면서 연기 생활을 시작해
4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에 매진했다.
최근 종영한 KBS2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한수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배우 김영철’의 저력을 뽐냈다.
“일을 오래하면서 책임감도 생겼어요.
조금 더 갈고 닦고 조이고 열심히 해서
다음에 후배들이 생각할 때
‘참 좋은 배우였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 이순재 선생님이 듣고 계신 것처럼요.”
이순재에게 전하는 말로 김영철은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건강해 달라”라고 짧지만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